Sire V7 Marcus Miller 5, 2016, 거쳐간 악기(2)



Sire V7 Marcus Miller 5, 2016
Alder Body
Maple Neck
Rosewood Fretboard
Marcus Miller Preamp
Made In Indonesia

악기를 사고 팔고하면서 단 한번도 새것 혹은 새것 같은 악기를 만져본 일이 없다. 전부 짧게는 4년, 길게는 40년 된 악기들이었고 가끔 좋은 상태의 악기는 있었지만 대체로 세월의 상흔이 가득한 편이었다. 하지만 내가 잠깐 갖고 있었던 Sire의 마커스밀러 5현은 얼마 안 된 2016년에 제작된 것으로, 전 주인께서 거의 연주를 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관리를 훌륭하게 해주었는지 새것에 준하는 상태를 보여주었다(그러나 넥은 배가 나와있었다는 사실). 

거의 전투용에 가까운 96년 레스폴 커스텀 외관을 처음 보았을 때의 그 경악감과 완전히 상반되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올림픽화이트 색상의 밝고 깔끔한 느낌과, 공장초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하이글로스 피니쉬의 광택,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 없는 기스와 덴트, 까랑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블루스틸 스트링, 광택이 여전히 살아있는 프렛 등... 손때 조차 타지 않은 초민트급의 베이스를 실제로 만져보니 감개가 무량하였다.




Sire V7은 찾는 이들이 은근히 많다. 현재 한국의 여러 샵에서는 품절 상태인데, 내가 판매글을 올렸을 때 이틀 새에 세명이나 연락이 왔던 것이다. 그것도 꼭 자기에게 팔아달라는 말과 함께...  잘 알려진대로 Sire 제품군은 가격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직접 만져보고 연주해보고 정보도 찾아보니, 신품가 80만원을 생각해볼 때 어떻게 이런 베이스가 이가격에 라는 소리가 나올만하다. 바인딩의 마감상태가 그저 그렇고 특히 하이글로스 처리된 넥은 정말 맘에 들지도 않고 적응하기도 싫지만, 그 외에는 나무랄 곳이 없다. 

내가 Sire 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로지 디바인 스콧옹의 적극적인 Sire 홍보 덕분이다. 실력이야 당연히 손가락에서 나오는 것이겠지만, 스콧이 연주하는 총 7대의 Sire 컬렉션을 보고 있자니, 물론이나 펜더를 가질 수 없다면 Sire라도 가져야겠다는 마음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때마침 메이플이 아닌! 로즈우드가 프렛보드로 올라간 Sire 매물이 떴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내 손에 쥐어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마커스 밀러의 연주를 자주 듣지않는 편이다. 슬랩도 못한다. 이 베이스도 결국 내 손을 떠날 운명이었던 것이다. 악기가 좋다는 느낌과는 별개로, 나와는 맞지가 않는 악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재즈베이스여서, 그리고 메이플이 아닌 로즈우드 지판이여서 혹해버려 급하게 구매한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역시나 내가 생각하는 재즈베이스 류는 아니었다. 프리앰프나 3band EQ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마커스밀러의 톤을 흉내낼 생각은 전혀 없었으니 말이다. 이런 악기였구나 하는 정도로 사용해본 것이 전부.

처음 악기를 테스트하기 위해 왔던 어떤 분도, 30분동안 악기를 쳐보더니 자기가 원하는 소리와 많이 다르다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사라졌다.

결국 다른 분이 가져가셨고, 아마 앞으로도 쓸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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