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rwick Corvette Proline 6현, 실패한 중고 거래기
역시 사람이 과욕을 부리면 안되나보다.
Warwick TBO5를 팔아치운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워윅 코벳 프로라인 (무려 6현!)을 중고로 구매하고 말았다. "프로라인"은 "프로시리즈"와 다른 제품군으로, 커스텀샵의 단종 모델이다. 지금이야 프로시리즈까지 독일에서 생산되지만, 한때 워윅 프로시리즈는 한국 OEM 방식으로 생산이 되었다. 반면 프로라인은 2000년대 초중반까지 커스텀샵, 즉 독일에서 제작되던 모델로, 한국과는 인연이 없다.
2피스 플레임 메이플 바디를 채택한 것이 특징이며 6현 옵션이 가능했다. 넥은 90년대 초반에는 웬지를 통으로 쓰다가 언제부터인가 오방골에 웬지 지판으로 바뀌었다.
구글링을 해보니 같은 모델이 해외에서는 가장 낮게는 600불에서 높게는 약 1500불에 거래된 것을 발견했다.
이상하게도 워윅제품들은 한국에서나 해외에서나 중고가가 말도 안되게 낮다.
하여간 이 제품이 70이라는 좋은 가격에 올라온 것을 일주일 전에 우연히 발견했다. 6현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한참 워윅병을 알고 있었던 때라 덜컥 마음이 동해버렸다. 악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없었고, 하자라 할만한 것이 언급되어 있었는데, 하이프렛 4,5,6번 줄의 버징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실 거의 사용하지 않는 위치라 별 문제가 안됐다. 가격도 기존 중고거래 시세를 생각해볼 때 충분히 메리트가 있다 판단하여 덜컥 구매문자를 보내버렸다.
그런데 답이 오기를, 계속 쓸 생각으로 얼마전 문제가 있는 부분을 드레싱 받아놓았고, 버징도 어느정도 잡혔으며, 그래서 10만원을! 더 올려서 팔겠다는 것이었다. 10만원이 뭐라고, 살생각이 사라져버렸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연락을 주겠다고 한 뒤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여기서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문제는 지난 일요일 밤에 다시 판매자에게 연락이 온 것이었다. 80에 팔 생각인데 의사가 있으면 연락달라고. 그렇게 한번 찔러주니, 사람 심리라는게 묘하게도 구매쪽으로 기울어버리는 것이다. 다시 한번 버징 상태와 넥상태 등을 문자로 여쭈었고, '강한 피킹만 아니라면 버징문제는 없고, 트러스 괜찮으며 넥은 적당한 릴리프 상태:)' 라는 답을 들었다. 그리하여 다음날로 넘어가는 새벽 01시,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거래가 신속히 성사되었고, 테스트고 뭐고 할 겨를도 없이 판매자분의 트렁크에 담겨있던 하드케이스를 부랴부랴 들고 집에 오게 된 것이다.
그때 비맞은 하케와 습기의 공격을 받는 베이스를 정성스레 닦아주면서 넥 상태도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만 워윅의 자태에 반한 나머지 그럴 생각조차 못하고 버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몇번 연주해본 뒤 하케에 물먹는 하마와 함께 보관을 해두었다.
그로부터 36시간이 지난 뒤, 셋업을 받기 위해 모 리페어샵을 찾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장님이 베이스 넥을 보자마자 한숨을 쉬며 이건 답이 없다...고 하셨고, 왠지 트러스도 다 된 것 같다, 라고 하시며 트러스를 돌려보니 아니나 다를까 렌치가 시계방향으로 조금도 꿈쩍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트러스로드 커버가 반대로 끼워져 있어서 여는데도 시간이 걸렸다)
위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넛과 바디와 수평이 안맞는 것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넥 트위스트가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러스까지 다 됐으니, 더이상 기본적인 셋업방식으로는 베이스 세팅을 잡을 수가 없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왜 그날 넥을 확인을 안했을까 하는 엄청난 후회가 밀려오는 순간, "이거 잘못 사신것 같은데요"라는 사장님의 말씀.
오방골이 하도 단단하게 생겨먹어서 잘 안 휠줄 알았는데, 오히려 줄(?)이 불규칙하게 나있는 목재라 관리를 제대로 안해주면 트위스트가 쉽게 진행된다고 하셨다. 90년대 웬지 통넥은 그런 경우가 더 많다고.
수리비는 최대 40만원이 나올 거라 하셨고(넥교정 + R블럭으로 지판 갈고 24현 전체 리프렛 및 레벨링, 특히 벨브라스 프렛이 상당히 비싸다 하셨다), 이렇게 수리가 되어도 트러스가 20-30프로밖에 살 수 없다고 하셨다. 사장님이야 대단한 실력자시니 이정도 수리야 그냥 하시겠지만, 그 돈주고 1달 반을 치지도 못하고 기다리면서, 수리가 다 되어도 평생 끔찍이 관리해줘야 할 운명의 베이스라는 걸 알았다면 차라리 안사고 말았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하이프렛 버징이 전부 이 넥트위스트에서 기인했을 텐데, 이런 사실에 대한 조금의 언급도 하지 않았던, 오히려 트러스와 넥이 모두 괜찮다고 거짓말을 한 판매자가 너무 괘씸했다. 당장 전화를 걸어 쌍욕을 바가지로 해주고 싶었으나, 성격상 그러지는 못할 것 같고 전화를 걸어 상태가 이러이러 하다고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판매자 왈, 어? 드레싱 받으면서 넥 괜찮다고 들었고 트러스는 그때 분명히 돌아갔는데요?
욱하는 걸 참고, 어디서 수리를 받으셨냐 물어봤더니 자마기타 공방이란다. 잘 아는 분이 계시다고. 만약 판매자의 말이 "사실"이어서, 거기서 넥과 트러스 상태를 확인해준 것이라면, 과감히 말할 수 있다. 그 작업을 해준 루티어는 인간 쓰레기라고. 그냥 봐도 보이는 넥트위스트와, 렌치를 넣자마자 시계방향으로 돌아가지도 않는 트러스를 조용히 눈감아주고 괜찮다고 했다? 평생 기타 수리를 하지 말아야 할 사람이다. 물론 사실이 아닐 거라 생각한다. 판매자의 거짓말이겠지.
하여간 결론이 안나 적당히 마무리 짓고 다음주 수요일에 아무 리페어샵이나 가서 3인 입회하에 점검을 해보자 제안 했다. 뭐 어딜 가든 어차피 넥 트위스트와 트러스 다된 건 사기꾼 루티어가 아닌 이상 사실로 판명날테니 아무 상관이 없었다. 마음같아서는 자마기타 공방을 다시 찾아 누가 거짓말을 한건지 알아내 개쪽을 주고싶었으나, 용인이라 포기했다.
근데 다음날 일어나서 생각해보니 다음주까지 내가 기다려줄 필요도 없겠다 싶어 다시 전화를 걸어 정중히 환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오늘 오후에 판매자를 만났고, 본인도 사실은 넥 상태가 엉망진창이라는걸 순순히 인정한다는 표정이었다. 더 어이없는 건, 넥상태 한번 보래니까, "그랬던 거(트위스트) 원래 알고 있었"단다. 근데 일부러 말을 안하다니... 모를 거라 생각했나... 게다가 어제는 거짓말까지 하다니.
뭐 하여간 환불은 받았으나, 제대로 된 사과는 못들었다.
그런 개양아치 같은 인간말종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프로라인과 프로시리즈 조차 구분 못하는 것 같던데, 그 때 진즉에 알아보고 사질 말았어야했다.
그리고 내 경험상 판매글에 넥 상태 좋니 뭐니 적어놓고, 만나서 직접 확인해보고 재차 물어봐서 괜찮아 보여도, 전문가에게 가져가보면 태반이 넥이 어떤 방식으로든 휘어있다. 트러스로 잡을 수 있으면 그냥 쓰는데, 그게 안 될 경우 곤란해진다.
앞으로 나도 중고거래를 할 때 하자를 고의누락하거나, 에둘러 표현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웬만하면 팔기 전에 점검을 받아놓거나, 아니면 알아서 수리하라고 값이라도 싸게 줘야지.
그리고 아래 사진의 악기가 바로 이 악기이니, 혹시라도 우연히 이 글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구매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말 좋은 악기인데, 너무나 아쉽게 되었다. 그리고 거래는 신중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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